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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헤르만헤세_수레바퀴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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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독일 배경지식

1871~1918년 독일 역사상 최초 통일 국가

이 기간동안 근대적 교육 제도가 형성되고 의무교육제도가 도입된다. 고등교육도 발달하여 인문계·실업계 및 기술계 학교 체계가 형성되고 인문계 대학과 공과대학 개념도 생겨난다. 제국주의적·민족주의적 기풍이 매우 강조되어 학교는 엄격한 통제와 규율하에 있는 군대와 같았다고한다. 특히 신학교와 같은 국립대의 경우 학생들은 국가의 돈으로 공부를 하니 그들이 나아가야 할 목표와 성장 또한 국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해야했다. 그래서 이런 교육을 비판하는(개인의 개성 무시, 정신 황폐화) 소설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등장인물

요제프 기벤라트 :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의 아버지, 중개업과 대리업으로 생계

한스 기벤라트 : 주인공, 영재

플라이크 아저씨: 구둣방 운영, 신앙심 깊은 경건주의자, 한스를 진심으로 걱정했던 인물

헤르만 하일너 : 신학교의 불만 가득한 혁명적 인물, 한스의 정신적·정서적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친구

엠마: 플라이크의 조카딸. 한스의 상사병 상대

아우구스트 : 한스의 어릴적 친구이자 견습공 선배

 

▶줄거리

마을의 자랑스런 영재 한스 기벤라트

슈바벤 지역에 사는 한스 기벤라트는 어렸을적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속물적이고 계산적이며 다정함은 1도 없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다. 한스는 슈바르츠발트의 자그마한 마을에서 여지껏 볼 수 없었던 매우 영리한 두뇌를 가진 영재로 교장선생님, 교사, 목사, 학교친구들, 마을 사람 모두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그 당시 부모가 부유하지 않을 경우 재능 있는 아이들 앞에는 단 하나의 좁은 문, 주 시험에 합격하여 신학교에 입학한 뒤, 수도원에 들어가고 나중에 목사가 되거나 대학의 강단에 서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스는 2등으로 주 시험에 합격한 후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 여름방학을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를 하며 보낼 생각에 무척 기뻤다. 

 

「한스는 철둑 위에서 멈추어 섰다. 둥근 양철통을 바지 주머니에서 끄집어내어 부지런히 메뚜기를 잡기 시작했다. 기차가 스쳐 지나갔다. 철길이 무척이나 가파르게 뻗어 있었기 때문에, 기차는 느긋한 속도로 천천히 움직였다. 모두 열린 창문 너머로 승객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기차는 흥겹게 나부끼는 깃발처럼 연기와 증기를 길게 내뿜으며 달리고 있었다. 빙빙돌며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는 어느덧 햇살이 가득한 이른 아침의 맑은 하늘로 사라져 갔다. 이 모든 풍경이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한스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마치 잃어버린 아름다운 시간을 이제 갑절로 다시 찾으려는 듯이. 그리고 전혀 거리낌이나 두려움 없이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의 세계로 되돌아가려는 듯이.」

 

어느날 마을 목사는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성경으로 미리 그리스어를 공부할것을 제안하고 교장선생님은 수학과 호머(고대 이오니아의 방언)를 미리 공부하고 가라고 암묵적인 강요를 한다. 한스는 또다시 숙제 더미에 깔려 쉴 틈없이 공부에 몰두하게 되고 이따금 시간을 내어 낚시를 하거나 산책을 나설 때마나 양심의 가책으로 마음이 편치 않는다.

 

우연히 만난 플라크아저씨는 "방학중인데 그렇게 공부하는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너만 한 나이에는 바깥 공기도 실컷 마시고, 운동도 충분히 하고, 편히 쉬어야 하는 법이라고" 한스의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걱정하신다. "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선생님들께서 시키시는 대로 하는 거예요. 그리고 뭐, 공부하는 게 그다지 힘들진 않으니까요."

 

그렇게 여름방학을 보낸 후 한스는 수도원의 신학교로 떠난다. 한스는 헬라스 방에 기숙하면서 선량하고 온순한 학생의 자세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조용히 걸어가며 모범생으로서 동료들에게 존경을 한 몸으로 받았다. 어느날 산책 길에 한스는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교육 관습에 저항하는 당돌하고 자기 주관적인 하일너와 마주치게된다. 하일너는 시를 쓰는 공상가이고 공부를 하지 않아도 매우 박식하여 어떤 질문에도 훌륭하게 대답할 줄 알지만 지식을 경멸하고 있었다. 

 

한스는 자신과는 너무 다른 성향의 하일너에게서 영웅성과 위대성을 발견하며 그와 친구가 된다. 그리고 하일너와의 우정이 한스를 지치게 만들고 때묻지 않은 자아의 순수한 존재를 병들게 한다. 하일너가 루치우스와 싸우고 무거운 금고형이 내려졌을 때 한스는 하일너의 편을 드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느끼면서도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 뒤 친구 힌딩어의 죽음으로 내면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한스는 하일너에 대한 죄책감이 갑작스레 되살아나 하일너에게 용서를 구한다. 

 

하일너와의 우정이 깊어지고, 즐거워져 갈수록 학교는 한스에게 점점 낯설게만 여겨졌다. 새로운 행복감이 싱싱한 포도주처럼 용솟음치며 한스의 피와 사상을 꿰뚫고 퍼져 나갔다. 지금까지 나무랄 데 없던 모범 학생 기베라트가 수상쩍은 하일너의 몹쓸 영향 때문에 문제 학생으로 잔락해 버린 사실에 대해 선생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일너와의 우정은 한스가 공부에 전념할 수 없게 만들었고 지겹고도 무의미한 공부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한때는 촉망받는 학생이었던 한스는 학교 성적에 대한 불만이 쌓일수록 하일너의 영향을 받아 학우들로부터 차츰 더 멀어져 갔다. 그리고 현실과는 다른 숱한 형상들을 보게 되고 기억력이 전혀 말을 듣지 않을 뿐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느슨해지고,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하일너가 신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게 된후 한스는 더 이상 학생들의 무리에 끼어들지 못했다. 그는 문둥병자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스는 점점 신경이 쇠약해지고 지칠대로 지친 나머지 길가에 쓰러진 망아지처럼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한스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스는 플라이크아저씨 조카인 엠마를 한순간에 사랑하게되고 그런 한스의 순수한 마음과는 다르게 뒤바라진 엠마는 한스를 가지고 놀려고 한다. 결국 상사병으로 끝나버린 한스는 아버지의 권유로 견습공이 되기로한다. 어렸을적 친구 아우구스트가 견습공 생활을 끝내고 축하 파티를 하는 날, 술에 취한 한스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자살인지 실수로 인한 죽음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당시 교육이 얼마나 획일적이고 엄격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사람 내면에 있는 무질서하고,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자아를 뿌리채 뽑아내어 사회가 원하는 자아상을 심어주는게 학교의 역할이었다니...교육제도는 시대와 환경을 따라갈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선생님들 중 한명이라도 한스를 끝까지 보듬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스의 장례식에서 플라이크 아저씨는 "저기 걸어가는 신사 양반들 말입니다. 저 사람들도 한스를 이 지경에 빠지도록 도와 준 셈이지요."라고 교사들을 비난한다. 하지만 한스의 아버지마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흥분하며 소설은 끝난다. 한스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나는 소설을 읽는내내 하일너가 조선시대 독립투사 같다고 느꼈다. 어쩌면 어린 헤르만헤세의 수도원 시절 헤세 자신에게하일너와 같은 친구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어른이 된 헤세가 하일너가 되어 어린 헤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전했는지도...수도원을 뛰쳐나와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방향에서 행복을 얻은 헤세는 왜 한스를 수레바퀴 아래 죽게 했을까? 그 죽음을 통해 현대인들의 수레바퀴는 무엇인지, 나의 수레바퀴는 무엇인지? 돌이켜 보게 된다. 나는 나의 수레바퀴를 어떻게 돌리고 있는가? 회피하고 있는가? 열정적으로 돌리고 있는가?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본다.

나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우리 아이가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는 이 책을 읽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특히 공부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접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조금 우려스럽기도 하다.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현직 교사들이나 자아를 찾아 헤매고 있는 어른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모두는 한스처럼 '수레바퀴 아래서' 매일 힘든 삶의 여정을 밟아가고 있다. 수레바퀴 아래서 짓눌린 달팽이 처럼 살지말고 내 자신이 수레바퀴가 되어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껏 굴러가는 주도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